'FORGOTTEN LAND' ©국립발레단 제공


(재)국립발레단(단장 겸 예술감독 강수진)은 지난 6월 26일부터 6월 29일까지 4일간 GS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제205회 정기공연 ‘KYLIAN PROJECT(킬리안 프로젝트)’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은 체코 출신의 천재 안무가 이어리 킬리안(Jiří Kylián)의 대표작 ‘FORGOTTEN LAND’, ‘SECHS TÄNZE’, 그리고 국내 초연인 ‘FALLING ANGLES’까지 총 3부작으로 구성해 선보였다.

현대 무용의 흐름을 새롭게 정의해온 이어리 킬리안의 주요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난 이번 ‘KYLIAN PROJECT’ 공연은 현대 발레만의 매력을 국내 관객에게 전달한 동시에 국립발레단이 지닌 컨템포러리 레퍼토리의 폭과 깊이를 드러내는 의미 있는 무대로 평가되었다.

특히, 인간의 다층적인 내면과 감정을 감각적으로 무대화한 3편의 작품을 통해 관객은 자신의 감정과 존재를 되돌아보는 사유의 시간을 갖게 되어 큰 기대를 모았다.

1. 기억과 상실의 풍경 - FORGOTTEN LAND

‘FORGOTTEN LAND’는 이어리 킬리안이 에드바르트 뭉크의 회화 ‘생명의 춤’에서 영감을 받아 안무한 작품으로 벤자민 브리튼의 ‘진혼 교향곡’에 맞춰 구성되었으며, 이 곡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작곡된 작품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국내 무대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이 곡을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의 강렬한 움직임과 함께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다.

‘FORGOTTEN LAND’ 작품 제목이 의미하듯 ‘잊혀진 땅’은 인간 존재의 토대이자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공간으로 이어리 킬리안은 이를 여성의 세 단계의 삶으로 나누어 무대화했다.

각 단계는 서로 다른 색의 의상으로 표현하여 그 속에서 인간의 실존적 감정과 사랑의 관계가 안무로 드러내었으며, 킬리안 특유의 음악적 안무와 섬세한 감정선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2. 규율과 자유의 경계에서 - FALLING ANGELS(국내 초연)

'FALLING ANGELS' ©Nederlands Dans Theater

‘FALLING ANGELS’는 국내 초연 작품으로 스티브 라이히의 미니멀리즘 음악에 맞춰 구성된 8명의 여성 무용수를 위한 군무로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명도 무대를 떠나지 않고 전개되는 이 작품은 무용수 간의 상호 의존과 각자의 독립 욕구가 끊임없이 교차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나는 항상 여성의 신체와 움직임 자체가 무용이라고 느꼈다.”고 밝힌 이어리 킬리안은 강렬한 타악 리듬 위에 당당함, 불안함, 열등감, 유머, 취약함 같은 다층적인 감정의 흐름을 여성 무용수들의 안무로 직조했다.

3. 모차르트의 유머로 풀어낸 아이러니 - SECHS TÄNZE

'SECHS TÄNZE' ©국립발레단 제공


‘SECHS TÄNZE’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6개의 독일 무곡’에서 영감을 받아 안무한 작품으로 2019년 ‘FORGOTTEN LAND]’와 함께 국립발레단 무대에 올렸다.

‘여섯 개의 춤’이라는 제목처럼 이어리 킬리안은 짧고 익살스러운 에피소드로 구성된 여섯 장면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이중성과 시대의 아이러니를 풍자적으로 풀어내었다.

흰색 분장과 우스꽝스러운 가발, 과장된 동작, 예기치 못한 연출은 객석의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무용이라는 장르를 통한 철학적 사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은 이어리 킬리안의 해학적 감각이 빛나는 대표작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제205회 정기공연 KYLIAN PROJECT(국립발레단 제공)

한편, 국립발레단의 제205회 정기공연을 통해 국내 초연한 ‘FALLING ANGELS’는 무대 위에서 여성 무용수의 몸 자체가 어떻게 무용의 언어가 될 수 있는지를 국내 관객들이 직접 확인한 소중한 기회로 수준 높은 발레 작품의 진수를 선보이며 깊은 감동의 울림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