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극제 - ‘말, 하지 않더라도’ 포스터


제6회 여성연극제에서 최우수 작가상을 받은 김진아 작가의 희곡 ‘말, 하지 않더라도’가 연극무대에 오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보다 깊은 소리가 있다. 김진아 작/연출의 희곡 ‘말,하지 않더라도’는 바로 그 무언의 울림에 귀 기울인다. 이 작품은 침묵 그 자체를 주제로 삼지 않는다. 왜 침묵하게 되었는가, 그리고 침묵 속에서도 여전히 들리는 것은 무엇인가를 탐색한다.

삶에서 말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경청은 너무나도 절실하다. 사람은 종종 침묵 속에 가장 진실한 감정을 숨긴다. 눈빛, 손끝의 떨림, 공기의 미묘한 흐름 속에는 말보다 더 깊은 의미가 스며 있다. 누군가의 침묵을 경청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상대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며, 말로 표현되지 못한 존재들에 대한 존중이다.

침묵을 듣는 것은 존재를 온전히 바라보는 일이다. 그것은 공백이 아니라 의미로 가득 찬 공간이며, 그 침묵의 공간을 이해할 때 우리는 말보다 진실한 서사를 발견할 수 있다.

- 작가의 말(김진아)

작가의 말은 마치 작품의 여운처럼 느리게 가슴에 번진다. 말보다 숨결, 설명보다 시선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관계들. 김진아의 희곡은 그 미묘한 결을 포착한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 그 고요한 순간이 바로 그녀의 무대다.

작품 속 인물 은주는 학교의 폭력을 고발했다가 외면당한 시간제 교사다. 그녀는 ‘말했기 때문에 무너진 사람’이자, ‘다시 말할 힘을 잃은 사람’이다. 세상은 그녀의 목소리를 외면했지만, 집으로 돌아온 은주는 오히려 말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그곳의 공기와 엄마의 손끝, 묻어두었던 기억들이 그녀를 감싸며,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들’을 다시 믿게 만든다.

이 작품의 침묵은 단일한 감정이 아니다.


두려움과 후회, 연민과 보호, 그리고 사랑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침묵의 결이다.
누군가는 말하지 않음으로 사랑했고, 누군가는 침묵 속에서 죄책감을 배웠다. 은주는 그 모든 침묵의 이유를 마주하며, ‘말하지 않음’이 끝이 아니라 다시 말할 수 있기 위한 시작임을 깨닫는다.

김진아 작가는 말한다.

“우리가 침묵을 경청해야 하는 이유는, 그 안에 말보다 진실한 고백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말, 하지 않더라도’는 침묵을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말할 수 없는 자’를 품는 사회,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을 수 있는 관계를 그린다. 은주가 다시 말을 배우는 과정은,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법을 배우는 여정이기도 하다. 결국 이 작품은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것들’에 대한 연극이다.

침묵을 감싸는 온기의 소리, 울음을 대신하는 숨소리, 그리고 끝내 서로를 향해 건네는 눈빛 한 줄기. 김진아의 희곡은 그 조용한 울림으로, 독자의 마음에 오래 머문다.

김진아 작/연출. 창작집단 혜화살롱 대표


11월 6일부터 9일까지 서울씨어터 202에서 연극 ‘말, 하지 않더라도’가 공연된다. 김진아 작가의 섬세한 대본과 한민규 연출의 해석이 만나, 말로 표현되지 않는 관계의 온도와 침묵 속의 감정을 무대 위에 풀어낸다.

한편, 공연은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 오후 3시에 진행되며, (사)한국여성연극협회가 주최하고 여성연극제조직위원회가 주관한다. 또한 이번 공연은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협회, 서울여성공예센터의 후원을 받아 한민규 프로젝트가 제작을 맡았다. 티켓은 NOL 티켓(구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